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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아닙니다. 너무 좋아 사자후 공간 정도······.

 

 

2024.11.04 달쮸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반기를 들어 볼게. 예수와 베르나노스는 옳았지만 당신과 전도서는 동정이나 받을 수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는 행복이라는 게 있어, 알렉. 그리고 고통은 행복의 반대가 아니라 우리가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좁은 골목이야. 쐐기풀 사이를 기어서 지나 은색 달빛에 젖은 숲속 고요한 빈터로.

달쮸

2024.11.04 달쮸

당신 『안나 카레니나』 초반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을 잊지는 않았겠지. 거기서 톨스토이가 시골스럽고 펑퍼짐한 신의 겉옷을 두르고서 인자하고 자비를 베푸는 모습으로 혼란스러운 세상 위를 날아다니면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제각각 나름의 사정이 따로 있다고 저 높은 곳에서 결정지었지. 물론 톨스토이는 존경하지만 나는 사실 인생은 그 반대라고 말하고 싶어. 불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틀에 박혀 정해진 고통에 빠져 있어. 너무 많이 써서 닳고 닳은 상투적인 불행의 문구 네댓 개 중 하나가 공허한 일상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거야. 그렇지만 행복은 중국 화병처럼 희귀하고 섬세한 그릇이야. 소수의 사람들이 얻는 것으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파내거나 조각했고, 사람마다 각자 자기 모양과 형상대로, 각자 자기 기준에 따라 만들어서, 다른 행복과 닮은 행복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사람들은 행복을 주조할 때 자신들의 고통과 굴욕도 함께 녹여 넣는 거야. 마치 납에서 금을 정제해 내듯이. 이 세상에는 행복이라는 게 있어, 알렉.

달쮸

2024.10.29 달쮸

그렇다면 나의 신은 선하고 슬퍼하는 신이야. 그런 바보 같은 논증 따위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느 날 갑자기 너 자신이 성립 불가능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걸.

달쮸

2024.10.29 달쮸

심장에 장전된 차디찬 폭약을 향해 타들어가던 불꽃은 없다. 더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혈관의 내부처럼, 작동을 멈춘 승강기의 통로처럼 그녀의 입술 안쪽은 텅 비어 있다. 여전히 말라 있는 뺨을 그녀는 손등으로 닦아낸다.
눈물이 흘렀던 길에 지도를 그려뒀더라면.
말이 흘러나왔던 길에 바늘 자국을, 핏자국이라도 새겨뒀더라면.

하지만 너무 끔찍한 길이었어.
혀와 목구멍보다 깊은 곳에서 그녀는 중얼거린다.

달쮸

2024.10.26 달쮸

나는 아이톤, 아르카디아에서 온 평범한 양치기입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허황하고 너무도 터무니없어서 여러분은 단 한 마디도 믿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한때 세상 사람들이 맹추, 머저리라 불렀던 사람, 그래요, 나는 못난이, 천치, 얼뜨기 아이톤이지만 언젠가 지구가 끝나는 곳에 다다랐으며,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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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달쮸

헤어토닉 냄새가 코를 찌르고, 아빠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뼛속까지 신실하고 정의로운 영웅.” 목사가 말한다. “네 아버지는 그런 분이었다.”
(…)
그의 머릿속 목소리가 너는 외롭다, 그건 네 잘못일 것이다, 라고 속삭이고, 빛이 차츰차츰 저문다.
_152p

달쮸

2024.10.25 달쮸

“지금 가진 것이 애타게 찾는 것보다 더 나은 법이야.”
하지만 꿀벌이 바쁜 마음에 날아다니며 쉼 없이 꽃들을 찾아다니듯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의 마음도…….
_1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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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달쮸

나는 포도주 병을 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곧바로 테살리아를 향해 길을 떠났으니, 모두 알다시피 그곳은 마법이 횡행하는 나라로, 나를 변신시켜 줄 마녀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_54p

달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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