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나 카레니나』 초반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을 잊지는 않았겠지. 거기서 톨스토이가 시골스럽고 펑퍼짐한 신의 겉옷을 두르고서 인자하고 자비를 베푸는 모습으로 혼란스러운 세상 위를 날아다니면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제각각 나름의 사정이 따로 있다고 저 높은 곳에서 결정지었지. 물론 톨스토이는 존경하지만 나는 사실 인생은 그 반대라고 말하고 싶어. 불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틀에 박혀 정해진 고통에 빠져 있어. 너무 많이 써서 닳고 닳은 상투적인 불행의 문구 네댓 개 중 하나가 공허한 일상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거야. 그렇지만 행복은 중국 화병처럼 희귀하고 섬세한 그릇이야. 소수의 사람들이 얻는 것으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파내거나 조각했고, 사람마다 각자 자기 모양과 형상대로, 각자 자기 기준에 따라 만들어서, 다른 행복과 닮은 행복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사람들은 행복을 주조할 때 자신들의 고통과 굴욕도 함께 녹여 넣는 거야. 마치 납에서 금을 정제해 내듯이. 이 세상에는 행복이라는 게 있어, 알렉.
심장에 장전된 차디찬 폭약을 향해 타들어가던 불꽃은 없다. 더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혈관의 내부처럼, 작동을 멈춘 승강기의 통로처럼 그녀의 입술 안쪽은 텅 비어 있다. 여전히 말라 있는 뺨을 그녀는 손등으로 닦아낸다.
눈물이 흘렀던 길에 지도를 그려뒀더라면.
말이 흘러나왔던 길에 바늘 자국을, 핏자국이라도 새겨뒀더라면.
나는 아이톤, 아르카디아에서 온 평범한 양치기입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허황하고 너무도 터무니없어서 여러분은 단 한 마디도 믿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한때 세상 사람들이 맹추, 머저리라 불렀던 사람, 그래요, 나는 못난이, 천치, 얼뜨기 아이톤이지만 언젠가 지구가 끝나는 곳에 다다랐으며, 그 너머…….
헤어토닉 냄새가 코를 찌르고, 아빠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뼛속까지 신실하고 정의로운 영웅.” 목사가 말한다. “네 아버지는 그런 분이었다.”
(…)
그의 머릿속 목소리가 너는 외롭다, 그건 네 잘못일 것이다, 라고 속삭이고, 빛이 차츰차츰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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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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