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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아닙니다. 너무 좋아 사자후 공간 정도······.

 

 

2024.11.03 송이

달빛이 샤오촨의 검은 피부에 금가루를 뿌렸다. 주름이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깊어졌다 얕아지기를 반복했다. 샤오촨의 입가는 닭갈비의 기름 자국이 남아 반짝거렸고, 치아 틈새에는 닭고기와 국수 찌꺼기가 끼어 있었다. 얼굴 전체가 풍요로웠다. 샤오촨의 이마 주름살에는 햇빛이 감춰져 있고, 팔자 주름에는 달빛이 감춰져 있었다. 눈초리 주름살에는 별빛이 감춰져 있었다. 땀방울이 솟아나는 코에는 넉넉한 빗물이 감춰져 있었다. 얘기를 주고받는 동안 햇빛과 달빛, 별빛과 빗줄기가 스쳐 갔다. 얼굴 전체가 일구지 않은 밭과 같았다. 땅은 비옥하고 초목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지렁이들이 흙을 뒤집고 바람과 비가 절로 순환했다. 톈홍은 자신의 얼굴이 척박한 황무지라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름 사이에 감춰진 것은 전부 오래되고 더러운 땀이었다. 그래서 감히 웃을 수도 없었다. 웃었다가는 얼굴 전체의 근육이 주름을 쥐어짜 너무 많은 것들이 삐져나올 것만 같았다.

송이

2024.11.03 송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존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그림이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 외에 다른 것이 되어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나는 원래 나약하고 혼란스러운, 의지력이 없으며 미성숙한 인간이었지만, 그림이 모든 것을 이기고 나를 끌고 다녔다.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인간적 약점의 처방으로서 그림은 나를 살렸다. 거짓, 나태함, 자기중심성, 비굴함, 천박함으로부터 나를 끌어올렸다. 그래서 그것을 포기했을 때, 나는 곧장 낮은 지점, 가장 동물적인 지점으로 내려갔던 것이다. 먹고 배설하고 잠을 자는, 본능만으로 남은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림 없이 존재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예전에 미처 알고 있지 못했다. 내 모든 에너지는 그림을 위해 삶에서 유보되었고 저축되었다. 오로지 작업을 위해 모든 것이 유보된 상태, 그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내 삶이었다. 다시 말해, 나는 살아보았던 적이 없다. 나는 사는 법을 모른다.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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