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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아닙니다. 너무 좋아 사자후 공간 정도······.

 

 

2024.11.09 카와

뉴랜드 아처는 자신이 이탈리아 미술에 조예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소년 시절 러스킨에 심취했고, 존 애딩턴 시먼즈, 버넌 리의 『유포리온』, P. G. 해머턴의 수필, 월터 페이퍼의 훌륭한 최신 작품 『르네상스』를 비롯해 최근 책들을 전부 다 읽었다. 그는 보티첼리에 대해서는 막힘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프라 안젤리코에 대해서는 약간 겸손한 태도로 논했다. 그러나 이 방의 그림들은 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익히 보았던 어떤 그림과도 달랐으므로 당황했다. 어쩌면 그를 기다리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한 이런 이상한 빈 집에 와 있게 되자, 기묘한 상황 때문에 관찰력이 흐려졌을지도 몰랐다. 메이 웰랜드에게 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초대를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에 약간 불안했다. 대단히 가까운 사이인 양 해 질 녘에 숙녀의 거실 난롯가에 혼자 않자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2024.11.09 카와

그것이 보이지 않으니 유년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망각이 더 확실해졌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유년을 지워 버리려 노력했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눈을 감으면 삼합원이 반짝반짝 빛나고 타운 하우스는 수정처럼 맑았다. 전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철거했다 해도 실체의 증거만 사라졌다. 지진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탄복하듯이, 기억 속에서는 완전한 파괴가 불가능했다. 몇 초 안에 철저히 붕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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