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랜드 아처는 자신이 이탈리아 미술에 조예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소년 시절 러스킨에 심취했고, 존 애딩턴 시먼즈, 버넌 리의 『유포리온』, P. G. 해머턴의 수필, 월터 페이퍼의 훌륭한 최신 작품 『르네상스』를 비롯해 최근 책들을 전부 다 읽었다. 그는 보티첼리에 대해서는 막힘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프라 안젤리코에 대해서는 약간 겸손한 태도로 논했다. 그러나 이 방의 그림들은 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익히 보았던 어떤 그림과도 달랐으므로 당황했다. 어쩌면 그를 기다리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한 이런 이상한 빈 집에 와 있게 되자, 기묘한 상황 때문에 관찰력이 흐려졌을지도 몰랐다. 메이 웰랜드에게 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초대를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에 약간 불안했다. 대단히 가까운 사이인 양 해 질 녘에 숙녀의 거실 난롯가에 혼자 않자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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