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가들 가운데는 변화에 관해 기계적 견해를 갖고 있는 듯한 이들이 많아 보이는데, 혹 그들은 엉터리 다이어트 알약이 선전하는 것처럼 “신속하고 손쉬운 결과를 보장”받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들은 궁극적이고 결정적인 것, 거침없는 인과관계, 즉각적 보답 등을 기대한 나머지 실망을 전문 분야로 삼게 되는데, 실망은 또한 원망, 냉소, 패배주의, 비아냥 등으로 고착되고 만다.
희망이 무엇이 아닌지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희망은 모든 것이 과거에도 좋았고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다. 엄청난 고통과 엄청난 파괴의 증거가 우리 주위에 온통 널려 있다. 내가 관심을 갖는 희망은 구체적 가능성과 결합된 넓은 전망, 우리에게 행동하라고 권유하거나 요청하는 전망이다. 그건 ‘모든 게 나빠지고 있어’라는 식의 서사敍事에 맞서는 것일 수 있지만, ‘모든 게 잘돼가고 있어’라는 식의 화창한 서사도 아니다. 그건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관한, 돌파구를 열어두는 설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희망은 장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전제, 불확실성의 광막함 속에 행동할 공간이 펼쳐진다는 전제 위에 자리 잡는다. 불확실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자신이—나 혼자, 또는 수십, 수백만의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 블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