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갈 것들이, 그게 설사 내 마음이라고 해도, 가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나면 안 된다고 천 번의 밤 동안 결심한다고 한들, 만날 것들이 만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이 우연한 재회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모든 꿈과 열망들을 먼 하늘에 풀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구름이 되고 소나기가 되고 부신 햇살이 되어 내게로 다시 올 때까지 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날이 올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싶었다. 그러니 이제 나는 또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동쪽으로 난 내 창에 노란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아침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할 수 없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 봄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