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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아닙니다. 너무 좋아 사자후 공간 정도······.

 

 

2024.11.04 달쮸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반기를 들어 볼게. 예수와 베르나노스는 옳았지만 당신과 전도서는 동정이나 받을 수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는 행복이라는 게 있어, 알렉. 그리고 고통은 행복의 반대가 아니라 우리가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좁은 골목이야. 쐐기풀 사이를 기어서 지나 은색 달빛에 젖은 숲속 고요한 빈터로.

달쮸

#블랙박스 #아모스_오즈

2024.11.04 달쮸

당신 『안나 카레니나』 초반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을 잊지는 않았겠지. 거기서 톨스토이가 시골스럽고 펑퍼짐한 신의 겉옷을 두르고서 인자하고 자비를 베푸는 모습으로 혼란스러운 세상 위를 날아다니면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제각각 나름의 사정이 따로 있다고 저 높은 곳에서 결정지었지. 물론 톨스토이는 존경하지만 나는 사실 인생은 그 반대라고 말하고 싶어. 불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틀에 박혀 정해진 고통에 빠져 있어. 너무 많이 써서 닳고 닳은 상투적인 불행의 문구 네댓 개 중 하나가 공허한 일상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거야. 그렇지만 행복은 중국 화병처럼 희귀하고 섬세한 그릇이야. 소수의 사람들이 얻는 것으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파내거나 조각했고, 사람마다 각자 자기 모양과 형상대로, 각자 자기 기준에 따라 만들어서, 다른 행복과 닮은 행복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사람들은 행복을 주조할 때 자신들의 고통과 굴욕도 함께 녹여 넣는 거야. 마치 납에서 금을 정제해 내듯이. 이 세상에는 행복이라는 게 있어, 알렉.

달쮸

#블랙박스 #아모스_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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