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는 책에서 멤버들에게 꼭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의무는 아닙니다. 너무 좋아 사자후 공간 정도······.

 

 

2024.10.28 블팡

죽은 이의 이름을 휴대폰 주소록에서 읽는다. 나는 그를 알 수가 없다. 죽음은 아무에게도 없는 어떤 것이니까. 신전의 묘비를 읽도록 허락된 자는 아무도 없으므로. 운하 옆 붉은 벽돌담. 이제 숨이 넘어가는 고양이에게 떨어지는 어리석은 햇살. 나는 오늘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답지 않았고, 유용한 곳에서 유용하지 않았다. 강을 따라 슬픔뿐인 갈대밭을 지나갔고, 몰락한 정원을 지나갔다. 깨어 있는 내내 나는 잠들어 있었다. 죽음을 경배하고 있는 자들 사이를 흘러가며 나는 수천 년의 은유에 비틀거렸다.

<Nile 407>

블팡

#오십_미터 #허연

2024.10.26 블팡

트럭의 비명은 이따금씩 저기압이 몰려오는 날 아주 작게 들린다. 진한 사투리와 마른 기침. 알아 듣기 힘들지만 주제는 분명 생이다. 이별만이 번성했던 생. 나귀처럼 인내했던 생. 자살자의 마지막 짐을 실었던 생. 수몰지의 폐허를 실었던 생. 이제는 단종된 생.

- 아나키스트 트럭 2

블팡

#오십_미터 #허연

2024.10.26 블팡

짧지 않은 폭설의 밤
제발 나를 용서하기를

- 들뜬 혈통

블팡

#오십_미터 #허연

2024.10.26 블팡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오십 미터

블팡

#오십_미터 #허연

2024.10.26 블팡

시인의 말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2016년 겨울
허 연

블팡

#오십_미터 #허연

arrow_upward